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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치원에서 나쁜말하는 아이와 어울리는 우리아이

로로아빠 2023. 1. 17. 12:18

 

퇴근 후 집에 오니 와이프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.

 

10시가 넘었는데도 울고 있는 둘째 때문인가 싶어, 샤워를 마친 후 둘째에게 인사하러 갔습니다.

 

나 : "로아야 왜 안 자?"

 

딸:"엄마…."(엄마가 울어도 안 온다는 뜻 같음)

 

나:"로아야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, 지금 잠들었어. 대신 아빠가 로아 주려고 인형 카드 가져왔어."

 

참, 저희 아이들은 5살 3살이고 각자 따로 방에서 재웁니다.

 

제가 들고 온 카드 -평소에는 관심도 없던- 를 보더니 기분이 조금 전환이 된 것 같습니다.

 

나:"자장가 틀어줄까? 오늘 어린이집에서 점심 엄청 맛있었다며?"

 

어린이집 키즈노트에서 본 이야기를 건네자, 아이가 맛있는 점심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는지 여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.

 

나:"로아야 정말 재밌었겠다. 우리 오늘 코자고 낼 또 이야기하자. 이불 덮어줄까?"

 

둘째는 이불을 덮으라고 하며 자리를 잡습니다.

 

잘 자라며 인사하고 나오니 조용합니다. 아마 잠든 것 같습니다.

 

아이 방에서 안방으로 왔는데, 와이프 표정이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.

 

와이프:"자기야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?"

 

평소 이렇게 말하는 법이 없는 와이프이기에 조금 긴장되어서 되물었습니다.

 

나:"무슨 일인데?"

 

와이프:"오늘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로운이가 선생님께 혼났다더라고"

 

나:"뭐…. 혼나는 거야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왜?"

 

와이프: "근데 같이 어울리는 친구 중에 유난인 친구가 있나 봐, 그 친구랑 어울리고나서부터는 행동이 많이 과격해지고 행실이 안좋아졌다고 전화가 왔어."

 

저희 아이는 객관적으로 봐도 어린이집 때부터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.

 

다만 가끔 한 친구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가 조금씩 있었는데, 아마 이번 친구도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.

 

문제는 이 친구의 행실이 좋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습니다.

 

우리 집에서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잘 쓰지 않는 단어 중 "짜증나,죽었다, 때렸다, 죽였다"가 있습니다.

 

이런 말은 평소에도 잘 쓰지 않고 다른 단어로 순화해서 말하는 편이죠.

 

어느 날 첫째가 평소답지 않은 언행을 하는 것을 보고 조금 걱정은 됐었으나, 그게 다른 친구의 영향이었다니….

 

저희 첫째를 알고 있는 다른 친구 부모님들도 놀랍니다.

 

`생각보다 심각한걸….`

 

저는 당장에라도 유치원 선생님께 전화해서 상황을 자세히 듣고 싶었습니다.

 

직전에 다닌 어린이집에서는 조그만 일이 있어도 모두 알려주셨는데, 지금 유치원에서는 그런 점이 좀 아쉬웠던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.

 

`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닌데`

 

`이상한 애 때문에 우리 애까지 피해가 가면 어쩌지!`

 

`당장 유치원을 바꿔야 하나?`

 

유난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,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돌고 돌았습니다.

 

일단 와이프와 이야기하며 마음을 좀 추슬렀습니다.

 

그리고 와이프와 둘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새벽까지 이야기했습니다.

 

아무래도 아이들이 흡수력이 워낙 빠르고, 좋은 것, 나쁜 것에 대한 구분이 없기에 적절한 지도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.

 

저희 부부의 결론은 아이가 했었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한 나열을 하고, 하나씩 설명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.

 

자세히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대략 이야기하자면

1. 좋은 행동, 나쁜 행동에 대한 자각

2. 나쁜 말이 주는 좋지 않은 영향

3.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

4. 좋은 행동을 하면 좋은 점

5. 나쁜 행동을 하면 나쁜 점

 

이 부분들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닌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방법의 핵심입니다.

 

예를 들어, "로운아 나쁜 행동은 뭘까?"라는 식으로요.

 

아이들도 어느 정도 인지는 있으므로 그것만 더 명확하게 해준다면 시간이 조금 걸릴지언정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거라 믿기 때문입니다.

 

오늘 아침부터 시작한 훈육. 부디 아이가 잘 따라오고 예전 모습대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.

 

설령 그러지 않더라도 제가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겠지만 말입니다.